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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노화가 이렇게 무섭습니다.

· 8년 전 · 1760 · 27

간밤에 잠을 좀 설친 탓일까. 글자가 흐릿하다. 자판이야 십수년 간 익힌 감으로 능숙하게 쳐내려간다지만 눈이 도통 흐릿한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의자를 앞으로 끌어본다. 두툼한 아랫배가 상 모서리에 닿으며 적당히 완충작용한다. 몸을 기울인다. 고개가 앞으로 나간다. 눈을 찌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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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치맛속이나 궁금하던 젊은 날과 달리 김어준이 뭘 먹고 살았을지나 궁금해진 나이의 그는 7까지 써내려가다 이내 지친다. 옛날 은행처럼 포인트경매도 수기로 작성하면 얼마나 좋을까 문득 옛기억이 아련하다.


상대는 자신보다 젊고 총명하고 겸손하며 예의바른데다 웃기고 잘생긴 완벽한 친구.

어쩐지 시기심에 시작한 꼬장질을 체력이 받쳐주질 않는다. 그러나 정신은 육체를 이긴다고 했던가. 그의 꼬장질에 육체가 끼어들 틈 따윈 애시당초다.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자신을 이겨내려는 순간.


그는 수전증이라도 온 듯 떨리는 손가락을 재게 놀려본다. 9 입력할 차례였던가? 아무래도 하나씩은 답이 없다. 강려크한 한 방이 필요한 때. 통장잔고보다 많은 포인트를 일거에 소진하여 이 기나긴 오욕의 꼬장질을 완성하려 한다. 이 일이 끝났을 쯤이면 자신은 일주일 간의 의무교육에 소집되었을 터. 미처 그 결과를 실시간으로 확인하진 못하겠지만 아무렴 어떠랴. 결과는 자명한 것을. 나는 이미 1부터 10000까지 알뜰히 챙기지 않았던가. 하는 그의 8꿈치가 아련하다.


마우스 움직일 힘도 없는 가엾은 승리자. 그의 몸에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며 겨드랑이가 흥건하다. 마지막으로 승리를 맛본 것이 도대체 언제던가. 탭탭 엔터 입찰이 완료된다. 월요일이 기다려진다. 돌이켜보면 지난 시간 중 월요일을 기다렸던 날이 얼마나 되었던가. 소풍날도 수학여행날도 미스김과의 데이트 약속날도 월요일은 월요일로써 기능하여 단단한 아성을 자랑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우주를 돌리는 시계의 한 축이 여포의 적토마라도 탄 듯 잽싸게 돌아가서는 마침내 월요일 오후 2시에 닿기를 그는 누구보다 소망하는 것이었다.


결과가 나오면 노원까지 불러야지. 그 알량한 책 한 권을 들고 지하철을 두 세 번 환승해서 노원으로 오면 부재중이라 하며 돌려보내야지. 겨드랑이가 젖다 못해 흘러넘친다. 차라리 경매상품이 데오드란트였으면 좋았을 것을. 그는 내심 아쉬워하며 사실 상품 자체는 의미가 없다며 쪼그라든 뇌를 쓰다듬는다. 그러는 사이에도 승리의 황홀감은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I'm King of the world.


뱃머리에 서서 용트림을 하던 영화 속 주인공이라도 된 것 같다.

활기가 넘친다. 어서 월요일이 왔으면 좋겠다.


마누라가 부른다. 가봐야겠다.


@묵공 의 일기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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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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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7개

8년 전
@묵공 울지 말고 천천히 얘기해보세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지운아빠 복직을 댓가로 이렇게 사시면 안됩니다. 청문회 요청합니다.
8년 전
@묵공
[http://sir.kr/data/editor/1709/c5d36e7b68b01c8703512bc4fe0a657a_1504541308_0294.jpg]
8년 전
묘하게 이 남자에게 끌린다.
선혈이 낭자하여 붉은 비처럼 흘러내리는 와중에도 그는 잇몸을 보이며 연신 웃고있다.
3월에 핀 연분홍빛 벚꽃.
그 속을 거닐었던 8팔한 젊은 시절 육체를 떠올리기라도 하는 것일까?
반쯤은 실성한 것같은 미소가 애처로우면서도 섬뜩하다.
필시 지금쯤이면 근육 속 어디메쯤, 아니지. 서걱하는 찰라 그 칼끝의 느낌이라면 땅! 하고 부딪히던 뼛소리가 분명한터.
그의 혈골은 이미 제 기능을 해내기에는 그누보드4와 같은 신세가 분명할진데.
그의 보잘 것없는 육신을 붙잡고 있는 그 무엇, 육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저 눈빛은 도대체 어디서 기인한 것인가?
-출처-
지은이 : 게이알 / 소설 외8이 검객 중 발췌 / 도서출판 민섭닷컴 ISBN 888888888888
8년 전
@쪼각조각 들켰네요.
[http://sir.kr/data/editor/1709/c5d36e7b68b01c8703512bc4fe0a657a_1504541693_3789.jpg]
잼없다. 이글.....
8년 전
@亞波治
[http://sir.kr/data/editor/1709/c5d36e7b68b01c8703512bc4fe0a657a_1504541524_394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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