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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길냥이 분양하고 왔습니다.

· 12년 전 · 3284 · 14
엇그제 글을 올렸더랬지요.
그누에 고양이 키우는 회원분이 많이 계신거 같아서 다급한 마음에 글을 올렸었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동네는 빌라들이 즐비한 곳입니다.
그러다 보니 길에 고양이가 많이 보입니다. 사람사는 곳이면 어디든 고양이가 많이 있는게
요즘 현실이긴 하네요.

일전에 발목부위가 절단된 고양이가 자꾸 눈에 보여 오며가며 먹이를 챙겨 주었습니다.
그런데 한해를 못넘기고 보이지를 않습니다. 불편한 몸때문인지 살아남지 못한듯 합니다.

키우는 강아지 고양이 보다 유기된 혹은 유기된 상태로 태어난 개나 고양이를 보면
가슴이 많이 아픕니다.

몇일전 저에게 다가온 고양이입니다.


길냥이 들은 대개 사람을 보면 도망가거나 경계하거나 하는데
갓 3개월 남짓밖에 되어보이지 않는 어린 고양이가 자꾸 집앞에서 울면서 왔다갔다 하는 통에
계속 신경쓰였습니다.
엇그제 첨으로 이리와 하고 손을 내밀었더니 도망을 가지 않고
으례 키워준 사람처럼 다가와 몸을 부비더군요.
분명 사람손을 꽤 많이 탄 고양이 인거 같은데 어쩌다 이리 어린 나이에 길에 나오게 됐을까요.
고양이를 발밑에 세워두고 한참을 고민한것 같습니다.

당시는 주말밤이고 집에는 애들이 자고 있고 어찌할 수가 없는 상황에 안쓰러워
집에가서 참치캔을 급히따서 고양이 발 앞에 내려놓으니
몇일은 굶은애 마냥 허겁지겁 먹습니다. 한눈에 보아도 너무 말라서 오랜기간을 버텨내기 힘들어 보였습니다.

이렇게 어리고 사람좋아하는 고양이를 그냥 놔두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눈이 돌아서 집으로 데려와버렸습니다.
실상은 고양이가 따라와버렸습니다.

처음엔 뭐라도 제대로 먹여서 내보내자라는 심정으로 집으로 들였는데.
무슨 고양이가 힘이 없는건지 목욕을 시키는데도 별 반항을 하지 않습니다.

목욕시키고 나서 방한켠에 임시 집을 만들어 주고 뭘 먹여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
서핑을 하는데 계속 무릎위로 올라와 그르렁 거리며 비빕니다. 몹시도 기분좋아 보여
거절할수가 없습니다 -_-;;

첫번째 글을쓸즈음의 상황입니다. 제 글에 달린 벤지님의 글을 보다가
나도 어쩔수 없이 다시 내다놓고 문을 닫게 되는건 아닌가 하고 마음을 졸이게 됩니다..
내가 왜 얘를 집에 들여놨을까.. 책임을 질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자책도 많이 해봅니다.

밤새 고양이 임시보호나 입양을 해줄곳을 찾아보았지만 새벽이라 쉽지가 않습니다.
다음날 오전이 되어서 고양이를 들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고양이도 중요하지만 아기들 때문에 키울수도 하루만에 입양할분을 구하는것도
쉽지가 않아서 다시 내다놓을까 하고 나갔습니다.

밤새 고양이는 서재 한켠에서 따스한 이부자리 위에서 좋은 꿈을 꾼듯했는데..
다시 내다 놓으면서 우는 고양이 때문에 가슴이 먹먹해 집니다.
그래.. 내가 어쩔수 있나..
타카페에 글도 올렸는데 댓글 중 하나가 제 심장을 찌릅니다.

"불쌍하다고 데려갔다가 다시 내다놓는 분도 많은데 일단 데리고 계시다니 다행입니다."

저녁이 되어갈 무렵 밖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합니다.
애써 잊으려, 모른척하려 했는데 문밖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가슴이 다시 먹먹해집니다.

하루밖에 같이 안있었지만 특유의 울음소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참치캔을 급하게 들고 부랴부랴 나갔더니 빌라 문앞 주차된 차 밑에서 어제본 아니 오늘 내놓은
고양이 한마리가 구슬피 울고 있습니다.

손을 내미니 다시 다가옵니다. 물에 씻은 참치캔 하나를 다 먹이고서 고민할 틈도 없이 집으로 다시
데려 왔습니다. 

카페며 블로그며 사이트며 다 뒤져서 분양글을 올리고 인근지역이면 어디든 데려다 주겠다 글을 올리니
두분에게 연락이 옵니다.
안산에 산다고 한분은 쪽지만 보낼뿐 핸드폰번호도 못주겠고 카톡으로 대화하자고 합니다.
뭔가 이상해서 망설이고 있는데 천안에 사시는 분이 관심있다고 합니다.

새벽 2시 40분 고양이를 데리고 천안으로 달렸습니다. 왕복 160 킬로.
낮엔 공방에서 일하고 밤엔 편의점에서 일한다는 젊은 청년은 고양이에 대해 무지 잘 알고 관심있어 했습니다.
30분 가량 차근차근 얘기해보니 믿을만한 청년인것 같아서 마음편히 맡기고 왔습니다.
집에는 이미 비슷한 월령대의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고 합니다. 
고양이 이동장에 세심하게 간식이며 다 챙겨나온모습에 믿음이 갑니다.

집에오고 나니 고양이가 집에서 잘 적응중이라며 사진도 보내줍니다. 종종 연락하며 고양이 안부를 묻기로 하고
푸욱 잤습니다.

길고양이의 평균수명은 2년 남짓이라고 합니다. 대부분 음식때문이겠지요. 이번에 이일을 겪으면서 봤더니
고양이가 음식에 상당히 민감한 동물이더라구요.
생각보다 먼길을 떠나서 정착한 고양이가 새로운 주인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고양이 어떻게 됐나 궁금하신분이 계실것 같아서 일기 한번 써봤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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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개

따듯한 이야기 감사합니다.
냥이도 이쁘네요^^ 군포돼지님 복받으실거예요~!!!
12년 전
군포님도 정 많은 분이고... 만난 길냥이도 참 순한 고양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사람 손을 탔더라도 낯선 사람에게 쉽게 가지 않는 애완동물 중 하나가 고양이죠.
8년 전
이런 가슴 땃땃한 글이 있었군요. 보면서 지나쳤던 제 모습이 부끄러워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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