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80대 어머니가 계십니다.
16년 전에 아버님을 여의시고 홀로 농사를 지으십니다.
군대 다녀와서 갑작스런 아버님의 암 투병에
1년 동안, 아니 정확히는 6달 농사를 지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내린 결론은 도시에서 막노동으로 살아가더라도
절대 농사는 지을 것이 못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결혼해서 아이 둘 낳아 기르며
비로소 얼마나 힘들게 부모님께서 자식 뒷바라지를 했는지를 알게 됐죠.
농사 지어서 4명이나 되는 자식을 도시로 보내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보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 인지.
아버지 돌아 가시고 나서야 철이 들어 피눈물 쏟으며 후회했습니다.
운전을 하다가도 아버지 생각에 차를 세우고 5년을 그렇게 울었습니다.
다시는 후회하지 않기 위해 어머니 잘 모시자 다짐을 하고
지금까지 열심히 내려가 농사일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겨울에도 한 달에 두 번은 내려 갑니다.
올해 5월 초에는 고추를 심는다고 해서 날짜 받아 토요일에 내려 갔더니
80 중반의 어머니께서 50 중반의 아들이 힘들까봐 혼자서 다 심으셨답니다.
모도 심고 논둑도 베도 비료도 뿌리며 집에 와서 파스를 붙이고 끙끙 앓아도
어머님이 계셔서, 엄마가 있어서 참으로 좋습니다.
그런데 우리 어머니 꼭 용돈을 주시려 합니다.
괜찮다고 해도, 뭐라고 화를 낸 척 해도 막무가내입니다.
모를 심고 올라 오는 길에 10만원을 주며
아내랑 맛있는 것 사 먹으라는데 당연히 괜찮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5만원이라도 받아서 기름값 하라는데 어찌 받겠습니까.
집에 도착했더니 어머니께서 아내에게 울먹이며 전화를 하셨답니다.
고맙다고, 그런데 고생만 시키고 돈 한 닢 못 줘 보내서 서운 하다고....
집안 어르신은 엄마가 주는 돈은 받아도 된다고 하는데
저는 아직도 익숙하지 않습니다.
다른 친구는 어머니한테 10만원 받고 20만원 돌려 드리면 된다고 하는데
제 돈은 또 받지를 않으시네요.
어머니 마음은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제 마음은 불편한 이 상황,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댓글 20개
어릴때 부터 어머님 역활을 해 오신 누님께 매월 정기적으로 자동이체를 해 드립니다.
70 중반이신 누님 친구분들이 꽤 여럿 계시는데 모여 친목을 하실때 꼭 제 자랑을 하신답니다.
그 친구분들도 어릴때 부터 절 아주 귀엽고 예쁘게 봐 주시는 누님들이십니다.
누님 가정이 부유하여 제 작은 용돈이 그리 큰 보탬이 안될성 싶지만, 부모님 살아생전 못한 효도를 누님을 통해 하는 못난 동생이 그래도 대견해 하십니다.
시시 때때로 고향 특산물을 보내 주시고 김장같은 큰일도 모두 맡아 해 주신 누님의 배려에 거의 날마다 감사함을 보탠 안부 인사로 전화를 한답니다.
모쪼록 늘솔님의 깊은 효가 어머님의 고달픔을 달래 주는 좋은 나날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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